약 6년전, 일본여행을 떠나며 처음으로 샀던 면세 시계가 하나 있다.

비록 비싸지는 않아도 깔끔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에 손목에 채워져 찰그락 거리는 이 메탈시계는

그가 차던 시계와 같은 브랜드로, 그저 하나라도 공통점을 만들고 싶었던 나의 작은 애교였다.

난 이 시계를 차고 직장 생활의 반을, 유럽여행을, 그리고 의미가 없어진 이후에도

이것은 여전히 내 손목에 남아,

원래부터 있어온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똑딱거렸다.

 

 

 

 

 

 

 

사실 이 시계는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처음 시계줄을 손목에 맞춰 줄이러 갔을때에도 양쪽 균형이 맞지 않게 줄여져서

늘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기 때문에 내가 종종 중심을 맞춰줘야만 했고,

배터리는 희안하게도 자주 방전이 났다.

날짜는 또 어찌나 잘 안맞는지 한달에 한번은 다시 맞춰야 했다.

정말,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시계였다.

 

 

가끔 이 시계를 차고 잠이 들때면, 이상하게도 너는 내 꿈에나와서

나와 다시 재회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편한 마음 한켠으로, 그래 이것이 너의 본심이었던건가 하고 피식하고 짧게 조소를 짓는다.

그때 나를 놓아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 그것을 고맙게 받아들인것을 미안해는 마음으로

편하게 놓아버리지 못했던 이 시계를 이제 다시는 차지 않아도 된다.

 

 

나는 오늘 새로운 시계를 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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