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새벽녘.

나도모르게 저절로 눈이 떠진다.

김밥을 말고 프라이팬에 동그랑땡을 부치는 그런 소리는 나지 않지만,

마치 어렸을때 소풍가는 그날의 설렘같은 것 때문에 다시 잠들 수가 없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퀴퀴한 공기만이 가득한 공항의 어느 활주로에 착륙해버린 큰 새 안에서

피곤한 몸을 싣고온 당신을 안아주러 갈 순 없었지만,

당신은 아마 이미 알겠죠.

내 마음이 당신의 하늘에서 무한히 날고있다는걸.

영화의 한장면처럼 공항 한복판에서 남들이 의식하든 말든 그리움의 키스를 해주고 싶었다는거.

 

 

 

그리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우리들이,

언제나 처음처럼 느끼게 될, 함께하는 그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조금 기록해 놓을게요.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거든요.

보물찾기에서 1등한 아이처럼

당신이라는 최고의 보물을 찾았으니까요.

 

 

 

기쁜일이 있을때는 내 품에서 웃어요.

슬픈일이 생기면 내 품에서 울고,

 아직 수줍어서 당신을 잘 쳐다보지 못하는 나를 봐줘요.

꿀이 뚝뚝 흐르는 그 눈으로 내 속의 우주를 들여다 보게 된다면,

아마 그 속에 또 당신이 있음을 알게 되겠죠.

내 차가운 얼음 심장을 녹인건 당신의 따뜻하고 작은 촛불이거든요.

아침에 눈뜬 순간부터, 저녁에 잠들때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이 모두 당신이니까.

 

 

 

 

 

 


 

 

 

 

 

 

 

 

 

 

 

 

 

 

 

팔짱한번이 어색하고 손을 잡는것조차도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잡아야할지,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팔짱을 끼면 내 가슴이 닿아서 좀 쑥쓰러우려나?

반대로 리드하는것도 괜찮은가?

그래도 막상 때가 되면 다 하게 되더라.

그런것이 자연스러움이고, 그렇게 시작하는게 바로 우리들이니까.

 

 

 

당신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사내 연애라는것은 회사얘기를 할때 공감대가 남다르기 때문에 말하는 재미가 있다.

이새낀 이렇더라, 저사람은 저렇더라.

누가 동정이고 누군 지금 연인과 사이가 안좋은거같더라.

아 근데 프로젝트는 이때 이렇게 되고 난 아마 이때 출장을 갈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프로젝트 궁금한게 있었는데 이건 뭐야? 라고

모든 걸 다 말해도 알아듣고, 대부분의 대답을 해주는 그런 사람.

무표정하게 다리를 꼬고,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무심한척 나를 돌아보는 그의 마음속에는 사실

내가 다른 부서의 과장과 대화를 하고 자기에게 걸어오고 있을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말을 걸기 전까지 그 작은 노랫소리 때문에 나의 인기척을 못느낀척 하느라

웃음을 꾹 참았을 달달함이 있음을 안다.

 

 

 

예전에 내가 썼던 어느 글에, 내가 쓴 글을 보고 부끄러워하고 옆에서 몰래 훔쳐들었으면 좋겠다고

기록해 둔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에게 이 작은 도서관을 공개하고 이곳의 회원카드를 만들어주면서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도 와인을 마시며 옆 테이블이 들릴정도로 크게 야한 얘기를 쏟아냈다.

쫑긋쫑긋 자기들의 얘기를 하면서도 점점 말수가 줄면서

우리의 얘기에 집중하는게 보여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담백하고 드라이한 와인의 클래식한 섹스 스토리로 애무를 시작하고,

알콜도수가 짙은 달달한 초콜렛 같은 와인 한잔에 또 농염한 이야기를 주르륵 흘리며,

마지막의 맥주한잔으로 개운하게 섹스후의 샤워를 한 것처럼 깔끔한 마무리.

 

 

동네 시장감성을 사랑하는 우리는, 회 한접시를 먹으러 가서도

아무도없는 시장 한켠 뒷골목에서 처음으로 나눈 키스를 몰래 두고 오기도 했다.

다음에 누군가 그 감정을 주워서 읽었을때, 같이 있는 연인과 함께

스모크한 향수같은 아찔한 담배향 가득 벤 그 입술을 맞대길 바라면서.

그 숨을 나누길 바라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야한얘기를 하고,

어느 순간에라도 서로를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문득 정처없이 걷다가 만난 아이스링크장 위의 전광판에 비친

행복한 연인들의 미소를 보며 우리도 저절로 웃음이 전염되기도 하고,

빙판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사랑을 가르는 모습들에

처음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의 감성을 느껴보기도 한다.

이렇게 행복했던 크리스마스가 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나는 그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다.

 

 

 

당신은 팔짱보다는 손 잡는 걸 좋아하고

그것보다는 또 깍지를 끼는것을 더 좋아하며,

야한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또 감성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섹스 전후의 청결을 매우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섹스토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며,

맥주보다는 소주를 좋아하는것 같고,

계획된 일정속의 작은 일탈을 좋아하는것이 나와 닮았다.

무엇보다도, 서로에게 표현을 아끼지 않는점이

가장 닮았다.

 

 

이 작은 도서관에 본능 가득한 글들을 편견을 갖지 않고 읽어주는 점.

당신과 전화를 하며 자기위로를 하는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는 점.

나에게 이렇게 마음을 전해주는 당신을,

내가 이런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

 

어두운 뒷골목,

지나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에서 맞춘

너와의 입맞춤은 숨길 수 없는

내 욕망이었어.

아름다운 공간에서 너와의 첫맞춤을 생각했지만,

너와 같이 있는 그 공간이 이미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었어.

역앞에서 너를 보내기 전,

헤어질 때 너의 귓가에 속삭인 내 말은

너에게 전하는 내 마음이었어.

항상 너의 귓가에,

의 마음 속에 사랑한다 전해줄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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