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고 무얼 쓸까 하루종일 고민했다.

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나 같은 이딴 재미도 없는 진부한걸 처음으로 쓰고싶진 않았다.

 

태클은 안받아요. 제 글이 마음에 안드시면 그냥 안보시면 됩니다.

마음 맞는 분하고의 소통은 좋아요:D

 

 

 

그래서 나의 첫 포스팅은

 

 


 

 

 

TV를 보며 섹스하던 너

 

 

 

 

 

 

 

 

 

 

20대 초반에 만났던 남자 C는 나에게 본격적인 섹스 생활을 열어주었다.

절대 스킬이 좋아서는 아니었고 그냥 내 본능을 일깨웠던거 같다.

썸이 찐했기 때문에 말로 사귀자만 안했지 사귀기 전에 이미 모텔에서 카드키를 받았었다.

선섹스 후고백이었다. 대충 아프지 않은걸로 봐서 속궁합이 나쁘진 않으니 만나기로 했다.

나는 당시에 남자경험이 별로 없었어서 (지금도 많진 않은데) 이 사람이 잘 하는지 못하는지,

만족스러운지, 큰지, 모양이 어떤지 뭐 그런 기준따위가 없었다.

내가 깐놈 안깐놈을 다 만나봤었기 때문에 깐놈인지 안깐놈인지만 알았고

사실 자는게 매력적이었다기보다 평소의 데이트가 더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그는 나와의 잠자리가 좋았는지 자주 자고싶어했고, 나는 그냥 그 장단을 맞춰주기 위해

좋은척 잠자리를 가졌다.

 

 

둘이 여행을 갔던 날이었다.

직장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별다른 테마없이 조용한 곳으로 훌쩍 떠나 외박을 하고 싶었으므로

사람없는 한적한 곳에서 고기나 구워먹으며 베짱이처럼 놀기위해 펜션을 잡았다.

근처 계곡에서 둘이 물장난을 리를빗 치고 바베큐에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한잔 마시면서 기분좋게 취했다.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듣기 좋게 잔잔히 BGM으로 깔렸고

바베큐 열기에, 술기운에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갔다. 그쯤되니 당연히 C의 아랫도리에 눈이갔고

나를 어떻게좀 해줘!!라고 외치고있는듯한 귀여운 텐트를 보니 해야되는구나 하고

약간 체념아닌 의무감을 가지며 방으로 들어가 불을 껐다.

 

 

젠장! 너무 열심이었다.

좀 대충하지 놀러와서 그런가 유난이었다.

난 그냥 술이나 좀더 먹고 장난스러운 스킨쉽정도가 하고싶었는데 너이새낀 왜이렇게 열심인거야?

이런생각이 드니 당연히 하기가 싫어졌고, 이미 그만두기엔 너무 많이 왔다.

다리를 꼬았다. 알겠지만 다리를 꼬면 많이 조이게되므로 좀더 자극을 주어 빨리 끝낼 수가 있었다.

나는 요즘도 가끔 이런방법을 쓴다. 효과 좋다.

그는 갑자기 헉 소리를 내더니 잠시 멈췄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무언가를 찾기시작했다.

설마 아니겠지 속으로 수어번 외쳤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쌩뚱맞게 화면이 켜지면서 하하의 방정맞은 웃음소리가 나왔다.

하필 예능이니..

 

 

그리고는 아무일 없다는듯 자기 할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무런 반응을 못했다.

결국 중간에 그만뒀다.

 

 

"왜그래? 아파?"

"TV는 왜켰어?

"그..너무 빨리 가는거 아닌가 싶어서.."

 

 

하 이바보야 널 빨리 보내기 위해서였다는걸 멍청한 너는 알리 없었겠지.

라고 하면 C는 상처받을테니 그냥 대충 둘러댔다.

 

 

"아, 사실은 좀 아팠는데 TV켜니까 놀랐어"

 

 

이런걸 하얀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C님.

하지만 순진했던 C는 그랬구나 라며 혼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조금 지나 개운치 않은표정으로 나온 그는 술이나 한잔 더 하자며 맥주를 꺼냈다.

그래 난 너의 그런점이 좀 좋았던거 같아.

나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며 맥주캔도 내려놨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지난밤의 달큰한 공기가 가시지 않아 모닝섹스를 하려던 찰나

그가 말했다.

 

 

"TV켜도 되?"

 

 

벙쪘다. 이런 시발.

이새끼야 눈치가 어디로 갔니? 켜지 말란거였는데 또물어봐?

라고 하면 또 C는 상처받아 발기가 안될거니까 차마 켜라는 말은 못하고 리모컨을 쥐어줬다.

그렇게 그날아침의 모닝섹스는 라디오스타와 함께했다.

물론 꽤 오래가긴했다. 무드없이.

나는 분위기가 너무너무 중요한데, 그래야 더 잘느끼고 너도 좋지 바보야!

하지만 C의 자존심을 깎고싶지 않았기때문에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C는 종종 TV를 켜고 하게 되었고 나는 그럴때마다 유체이탈을 하는듯한 기분으로 섹스를 했다.

그러다보니 그와는 점점 섹스 횟수가 줄어들고, 헤어지기전 3개월은 아예 섹스를 하지 않았다.

확실히 애정이 떨어지면 스킨쉽도 떨어지는것같다.

 

 

물론 C와의 연애의 끝이 이렇다고 해서 꼭 나빴던것만은 아니었다.

근데 마지막이 중요한건 맞는것같다. 내가 기억하는 C는 TV보며 하는 남자의 이미지가 크니까.

헤어진 후 C에게서 연락이 한번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 후 우연히 다른사람에게서 

좋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복하세요! 연락따윈 하지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