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괴롭히기 몇시간전의 아직 밝아오지 않는 새벽.

늘 그래왔듯 나만 아는, 나만 깨어있는것만 같은 이시간에 눈을 뜨는 어느 하루.

꺼지지도 않은 가로등의 빛번짐과 진한 심해같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아아! 수돗물을 얼린 얼음을 입에서 녹여먹을때의 그 냄새.

차갑게 젖은 흙냄새와, 비릿한 시멘트 냄새.

그렇구나.

 

 

"겨울이 왔구나."

 

 

그렇다.

어쩌면 내게는 다시 오지도 못했을 그런 계절이 내 코끝에

키스를 하는것만 같았다.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한 계절이다.

 

 

그리고 그런 이 계절과 닮은 한사람.

고문같았던 지난 두번의 재회에서 내가 알게된것이라고는

나는 여전히 그에게 남은 마음이 있었다는것이다.

확인하고 만나본 순간 바로 알아버렸다.

 

 

 

 

나는 여전히 네가 좋아.

 

 

 

 

그날의 실수, 그 전의 실수, 또 그 전의 실수들은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번쯤 저지르기도, 용서받기도 하는 그런 에피소드들이잖아.

너는 수많은 나의 실수들 속에서 그 어리석었던 나를 용서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너를 용서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고싶어.

우리의 계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너의 연락을 기다렸어.

그리고 고마워. 먼저 연락해줘서.

 

 

 

 

 

 

 

 

 


 

 

 

 

 

 

 

 

 

 

 

 

 

 

 

 

겨울은 여느 계절과는 다른 냄새를 갖고있다.

보통은 계절을 눈으로 보며 색감으로 구분하지만, 유일하게 겨울은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그리운 느낌이 나는 나만의 계절이다.

의외로 나는 계절중에 봄을 제일 싫어한다.

차가운 손으로 따뜻하게 내려앉았던 무거운 공기를 마치 얌체같이 밀어내는 봄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기도.

연말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도 겨울.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보고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게 되는것도 겨울이다.

결국은 겨울.

 

 

지난 7월의 끝자락에 나는 그와 재회했다.

정신없이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았던 우리는 키스를 하다말고 입술을 붙인채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으며 떨어져있던만큼 붙어있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그와 다시 만나면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했고,

그 선택의 순간은 지금도 점점 살찐 손가락의 반지처럼 알게모르게 나를 조여오고 있다.

아직 결정까지 유예기간이 3달여 남았으므로 그사이에, 혹은 그 이후에 조금더 나에게 이득이 되는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별게 아니라면 아닐수도, 별거라면 별거일 수도 있는 '결혼'이라는 문제는

어떤 이에게는 그저 삶의 동반자를 맞이하는 행복한 포옹이겠고,

또다른 이에게는 오랜 고민끝의 혼인신고서였다.

모두의 응원속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지인 K와,

몇년간을 사귀었던 스펙 좋은 남자친구 대신 자기만을 바라봐온 사람과 결혼식전 혼인신고서부터 작성한

지인M이 있었다.

결혼앞에서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 다르겠지만 글쎄?

돈문제도 있을거고, 혼전임신의 문제가 있는사람도 있고, 부모님과의 갈등이라던지

그런건 다 비슷하지 않나?

아, 참고로 나와 지인M은 혼전임신은 아니다.

 

노콘 = 노섹.

 

책임지지 못할 일을 만들면 안된다.

아무튼 그래서 결혼할때는 어떤 항목에 얼마가 들고, 어떤 절차가 있고

별별걸 다 찾아보면서 보고있노라니 왜 요즘 젊은사람들이 결혼을 안하려고 하는지

너무나도 이해가 되더라.

더구나 나와 그와의 사이에는 우리 부모님의 문제가 껴있는데 이게 또 굉장히 단단한 매듭으로 묶여있어서

풀어내기보다는 잘라내는게 더 나은 상황이기도 하고.

뭐 여기에 지인들의 문제까지 엮여있는데다가 정작 우리도 그런 이유들로 마음이 갈팡질팡.

 

 

 

결혼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지금당장 직장의 문제가 심각하게 엮여있는데,

회사에서는 나에게 일을 열심히 하는것 같지가 않다며 연봉 협상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나는 반대로 회사가 이미 제작년에 나에게 배신을 때렸음에도 일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니

나에게 돈을 더 달라라고(마음속으로) 외치고 있다.

 

어차피 내년 초에 유럽여행을 가기때문에 퇴사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또 저런 결혼문제가 엮이다보니 가능하면 안정적으로 그냥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싶어서

퇴사대신 무급휴가는 어떨까 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고 있다.

어디까지나 회사의 패(연봉)를 보고난 후 결정은 내몫이고.

연봉문제를 안고있는 우리 회사의 다른 직원들도 이번에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을 보고

고민이 무척이나 많은것 같았다.

어쩌면 내년에 회사 직원의 반이 나갈지도 모르겠다.

 

 

 

 

 

연말에 사람들을 만나면 다들 즐거운척 웃으면서 세상 아무 고민없는척, 쿨한척 하느라 바쁘던데

그속에서 나만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노라니 마치 나혼자 세상 우울은 다 뒤집어쓴것처럼 보이더라.

사실은 다들 이런걱정 하고 살면서.

이런 얘기 하나 마음껏 못하고 못나누는 그네들은 또 얼마나 안쓰러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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