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내가 쓴 글이 어떤지 조금 어색한 문장은 없는지

하루에도 몇번씩 블로그에 들어와서 확인한다.

솔직히 야한얘기 보는 재미도 있고. 버스에서 읽고있는데 누가 슬쩍 보고서 부끄러워했으면 더 좋겠고.

 

 

원래 오늘은 회사에서 짜증나는일이 너무 많아가지고 그걸 쓸까하다가

카톡으로 친구며 아는 언니에게 승질내고 나니 기분이 쫌 풀어졌으므로

본래의 주제로 돌아와 야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퇴근하고 버스 타고 오는 길 내내 뭐에대해서 쓸가 고민을 했다.

나는 계획적으로 글을 쓰는사람이 아니어서 그냥 대충 떠오른거 아무거나 쓰는데

오늘따라 이것저것 떠오르는건 더러 있었지만 딱 꽂히는게 없어서 그냥 쓰지 말까 생각하다가

페이스북에서 본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서 에피소드를 써본다.

 

 

제목만 좀 자극적인

오늘은 15세 이용가!

 

 

 


 

 

 

털이 많은 남자와의 소개팅

 

 

 

 

 

 

 

(글 다 써놓고 털 관련된 사진을 올리려고 구글에서 열심히 서칭했는데

아 진짜 존나 징그러운거밖에 안나왔다. 심지어 가슴털 머리에 이식했다며 가슴털 뽑은 상처도 나오고 그러는데

진짜 환공포증 재발함; 진짜 극혐이었음. 다른분들은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음 해서 그냥 성게로 힐링중.)

 

 

 

 

먼저 남자를 소개하기전에, 실은 나도 털털한 여자라고 한다.

성격이든 외모든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상관없다. 둘다 해당되니까.

그래서 오히려 털이 너무 없는건 좀 왠지 내 개인적으로는 내시같아서 별로였기 때문에

나는 털이 많은 남자를 만나보기 전까지는 털이 많은것에 대해서 별 거북함이 없었다.

 

 

내가 남자 C와 헤어지고나서 혼자였을때, 내가 우연히 자리를 만들어줬다가 지들끼리 눈맞아서 커플로 발전한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혼자인걸 알고 자기 남자친구에게 말해서 그의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털이 많았던 남자 J.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시작부터 좀 꼬였던거같긴 하다.

보통 소개팅을 하면 약속을잡고 만나서 둘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밥을 먹고 좀 괜찮으면 술도 한잔하고 뭐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한데, 처음을 아예 네명이 모여서 놀자고 하는바람에

집이 가까웠던 나와 소개팅남 J는 처음보는날 만나자마자 둘이서 같이 지하철만 한시간을 탔다.

이게 무슨말이냐하면 생전처음보는 사람과 밥도 안먹고 한시간동안 대화가 끊기지않도록 말을 해야한단 뜻이다.

아마 그도 많이 불편했을것이다. 멍청했지. 늦었다고 죄송하다 하고 다음 지하철을 타도 되는데.

아무튼 지하철 역앞에서 그를 만나는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분홍색 남방을 바지속으로 넣어입었는데, 그 더운 여름날 단추를 꼭꼭 잠그고 왔었다.

나도 참 순진해서 그땐 그냥 엄청 댄디한척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다. 사고가 너무 삐딱한가?

 

 

아니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지하철에서 오만가지 얘기를 다 했기때문에 할말도 없었거니와

그냥 PO어색WER 그 자체였다. 여차저차 밥먹으면서 술도 한잔하고 그렇게 넷이서 노래방을 갔는데

분위기가 좀 야릇무흣하게 흘러가면서 둘둘이 꼭 붙어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가슴을 내 등에 밀착해오면서 랩을 하던 그는 그 순간에 좀 멋있어보여서 뒤돌아서 눈이라도 마주쳐보려는 찰나

진짜 음모같이 진하고 거칠어보이는(?) 털들이 분홍색 남방을 못견디고 목을 타고 나와버렸다.

그러니까 날 만날때는 그 털을 고이 정리해서 옷속으로 숨겨넣었던거지.

진짜 깜짝놀랐다. 무슨 혹성탈출인가 싶었다. 젠장.

풀발기했던 없는 고추가 바람빠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그것들을 맞이하기엔 준비가 안되어있었던거 같아.

하지만 그날 이후에도 나에게 열심히 연락하고 대화를 하려 애쓰는 J의 모습이 나쁘지 않아보여서

돌아오는 주말에 만나기로했다. 저번에는 넷이였으니 이번엔 둘이서 만나보자길래 알았다 하고는 오이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느연인처럼 오이도에서 횟감도 고르고 흥정도 해가면서 회한점에 술한잔, 매운탕 한숟에 술한잔을 더했다.

약간의 취기가 오르고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시간이 꽤 늦어 밖으로 나왔다.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고, 좀 취해있어서 그런지 나의 욕구도 많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옆에 앉은 그가 손을 잡는데도 모른척 놔두었다. 이사람, 낭만적이긴!

시간을 보니 낮술을 해서 그런지 아직 초저녁밖에 안되었다.

지금 생각나는건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자고 싶어.

 

 

으레 술먹으면 나의 성욕구는 거의 맥스치를 찍는데 마침 그도 생각이 없어보이지 않았다.

나와의 작은 스킨쉽으로 벌써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으니까.

그래 결심했어!

스킨쉽에도 단계가 있으니까 일단 가볍게 뽀뽀부터 해야지.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거슬려 살짝 잡고 사람들이 조금 없어진걸 확인하고는 얼굴을 마주봤는데

 

 

"잠깐만..."

 

 

노래방때의 그 친구들이 또 마중 나와있는 것이었다.

저정도로 털이 많다는건 가슴에도 많다는 얘기고 가슴부터 배와 그 밑으로까지 쭉 아마존 풀개통이란 얘기 아닌가!

나의 원망스러운 상상력이 마치 투시라도 한듯 그의 남방너머 털들을 마구 만들어내고 있었다.

만약에 지금 방을 잡아서 온몸을 벗었을때, 그 어두운 가운데서도 내 손끝 감촉이 털들을 건드린다면..

그가 내 위로 포개어졌을때 살보다 털이 먼저 닿아버린다면...

팔베게 해준답시고 팔을 벌렸는데 생태공원 그린파크면 어떻게해...

나는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 몸을 지배해 나갔고, 욕구가 또다시 말라버린 애액마냥 식었다.

 

 

"미안. 좀 빠른것 같아."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솔직히 내가 J이고 이 상황을 눈치챘다면 난 속으로 쌍욕을 했을거같다.

분위기는 지가 다잡아놓고 털 하나때문에 돌아선다는게 참 어이없는 순간.

미안. 그래도 안되는거였어.

어쨌든 J는 괜찮다며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고, 그 이후로 그와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좀 다행인건 방을 잡고 맨몸으로 그 털들과 마주하지 않았다는게.

그나마 그와 나의 사이가 조금 덜 비참할 순간에 끝났다는게.

아직도 가끔 생각나지만, 그의 얼굴보다는 털이 더 많이 생각나는, 그런 사람 J.

 

 

나중에 J를 소개시켜준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엄청 웃었다. 그래 웃기지 ㅠㅠ

 

 

 

 

 

 

P.S 페이스북에서 본 소개팅 영상

 

실제로 소개팅하는 영상 이런건 아니고, 무슨 인터넷강의였는데

강사가 애들 조는거같으니까 해주는 소개팅 팁같은거였다. 아 이지영쌤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강사가 대학생시절 심리학 교수에게서 들었던 재밌는 내용이라서 설명해주는

성공적인 소개팅 팁.

 

- 인간은 단백질을 섭취할때, 그리고 턱관절을 많이 움직일때 가장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소개팅 장소는 스테이크를 썰어야 한다고.

- 보통 출입문과 가까운 자리보다는 가장 먼자리, 그곳이 상석이자 명당인걸 기억할것. 차도 운전석 맞은편이 제일 상석이지.

- 여자는 해를 등지고 앉는다. 보통 안쪽으로 남자가 알아서 넣어주긴 하는데

빛을 등지고 후광이 비쳐야 사람이 우아해보이고 경외심을 느낀다고 한다. 해 마주보고 앉으면 얼굴에 잡티 여드름 다보임.

- 만약 상대방이 물을 자주 마신다면 나한테 반했다는 신호.

- T존부위에 자꾸 손을 댄다는건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쁘다는것.

- 남자들이여, 여자에게 호감을 얻고싶다면 그녀가 남긴 음식도 맛있게 먹을것.

- 상대의 행동이나 마지막 말을 따라하는것이 호감.

- 소개팅나가서 스포츠, 연예인, 드라마와 같은 소재는 얘기하지 말것.

- 너무 할말이 없다면 관상얘기를 시작해보는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