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계속 꿈에 그가 나오던것은 아마도

오늘을 수도 없이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의 제목과 같이,

장맛비에 그녀가 떠오르다가도 비가 갠 뒤에 찾아온 뜨거운 여름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떠오르게 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배운다는데

나는 그 이별에서 무엇을 배운걸까?

 

 

 

나는 오늘 1년만에 그를 만났다.

 

그리고 별거 없었다.

 

나는 그에게 그저 그런 존재였다.

 

 

 

 


 

 

 

 

 

 

새벽에 깼을때도, 아침에 다시 알람에 깼을때도,

1시간, 2시간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고 싶었다.

막상 모임에 나가기로 했지만 당연히 내 마음은 편할리 없었다.

결국 눈은 떠졌고, 샤워하는 내내 한숨뿐이었다.

 

브런치를 먹고 나서는 발걸음은 구름위를 걷는 듯 했다.

어떨까. 어떤표정일까. 어떤표정을 해야할까.

둥실둥실 그저 막연한 호기심에 가까운 감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심장의 두근거림은 멈출줄을 몰랐다. 심박수가 계속해서 하이텐션을 유지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같이가기로 한 지인을 만나는 순간 내 심장은 폭발할것만 같았다.

이런저런 근황도 이야기 하고 각자의 사는이야기를 하다보니 모임시간은 정말 금방 다가왔다.

나는 안절부절 계속 시계만 쳐다보았고, 지인은 그런 나를 모른척 해줬다.

 

약속 장소에 가기전 또다른 지인을 만났다.

아닌 척 했지만 그도 굉장히 놀란것 같았다.

표정이 다 말해주는데 아닌척 하긴.

 

 

그리고 멀리서 그가 걸어오는게 보였다.

솔직히?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도 인사를 했다. 그는 내가 모임에 나오는걸 알고있어서

놀라지는 않았다.

 

 

근데 그게 다였다.

 

그 어떤 말 한마디도 섞지 못했다.

 

맞아. 내가 뭘 기대하고 가면 안됬던 거였는데.

모임에서는 다른 사람과 깔깔거리고 웃고 하느라 다행히 표정관리가 되었지만

막상 집에 오는 길에 혼자가 되니 역시

버스 창문에 비친 내 몰골은 자살하기 직전의 그 무엇과 같았다.

나는 왜 거길 나가서 이렇게 혼자 상처를 받고 왔을까.

왜 나만 이렇게 항상 힘들까.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뭐를 그렇게 기대하고 갔길래 혼자 슬퍼하는거야.

 

처음엔 나를 피하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곁눈질로 본 그의 표정은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마치 처음보는 사람같았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거야?

차라리 나를 많이 의식했으면 좋겠어.

없는 사람취급하지마. 나 아직 여기 있잖아.

 

 

돌아오면서 정말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남들은 1년 넘게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난다는데 하면서 우리가 다시 만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그는 정말 자존심이 높은사람이라 먼저 말을 걸 리 없다는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 쉬이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한다.

내가 정말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거니.

그 자존심 한번 꺾고 먼저 말을 걸어주면 안될까.

 

잘 모르겠다.

연락이 오면 어쩔건데. 뭘 어떻게 할건데.

나는 연애 당시에도 그에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는데

그의 뭐가 좋아서 이러는걸까.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죽고싶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져 내려간다.

지금도 그와 사람들은 맥주를 들이키면서 오늘 1년만에 나온 나에 대해 말을 할텐데.

나는 연애할때도, 헤어져서도,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게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방금 지인에게서 온 문자 마저도,

그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제발 나를 좀 의식해줘.

 

 

 

한편으로는 그 모임에서 1년간 사람들의 질타와 시선을 받아낸 그에게

그만하면 되었다고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근데 그런건 다 제쳐두고서라도,

나는 사실 오늘 너를 보자마자 안고싶었어.

그 허리를 안고싶었고 가슴에 얼굴을 묻고싶었어.

 

 

맞아.

나는 미친거같아.

 

이제 그만 힘들어 하고 싶은데, 어쩌지.

오늘 얼굴을 봐서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

난 언제쯤 너의 몸에서 벗어 날 수 있는걸까.

언제쯤 다시 안아볼 수 있을까.

제발 오늘 먼저 연락해주면 안될까.

 

 

 

나를 다시 사랑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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