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내 주변 남자들에 대해 실망과 실망과 실망만을 느끼고있다.

친구, 오빠, 전남친들, 직장상사에 이르기까지 그냥 모두에게 실망뿐이다.

그동안 내가 남자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확 바뀌어 버린것만 같다.

 

 

물론 개중에 좋은사람도 당연히 있겠지만, 뭐랄까.

특히 한국남자들은 자라온 환경탓인지는 몰라도 자신들이 우월하다는것을 증명하고

그것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자가 아까운 경우가 많아보였다.

 

 

사실 별로 쓰고 싶은 얘기는 아니어서 그런지 쉬이 써지지가 않는다.

며칠동안 쓸까말까 고민해서 그런가?

 

 

 

 

 

 


 

 

 

 

 

 

 

 

 

 

 

우리나라는 현재 엄연히 휴전중인 국가로, 언제든지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전쟁과의 관련성을 떠나서도, 한국은 예로부터 유교사상이 뿌리깊게 박혀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이라는 말을 서로가 가슴깊이 새기면서 각자의 본분에 충실해왔다.

조선시대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남자가 여자보다 물리적인 힘이 더 세다는것은 반박할수 없는 참트루.

머리보다 몸으로 일을 하던 조선시대에는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하게 되어 있으니,

일반적으로 여자 1명이 밭을 가는 시간과, 남자 1명이 밭을 가는 시간을 비교한다면

당연히 좀더 시간대비 효율적인 남자쪽이 밭일을 하게 되겠지.

현재는 사람이 물리적으로 하는 일의 대부분은 다른 기계나 도구로 대신할수가 있게 되었다.

머리를 쓰는 일이 훨씬 많아지고, 그 일은 힘이라는게 그다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건 나도 할 수 있는데? 내가 더 잘 할것 같은데?"

 

 

맞음. 어쩌면 이 글은 페미니즘의 일부와도 관련된 이야기 일것이다.

예전에 페이스북에서 본 한 대학교수가 강의 내용이 생각이 난다.

그 교수에게는 두명의 딸이 있는데, 그 두명의 딸 모두 독일인 남성과 교제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느끼는 불합리를 설명했다.

설명 중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교수가 한 말을 받아들이지 못해 굳은 얼굴로 계속해서 질문을 하려했고,

이를 본 교수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웃으며 지금 너희들이 이런 부분에 불합리를 느끼면서

계속해서 발언을 하려고 하는것 또한 남아선호사상의 잔재라고 했다.

어릴적부터 남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말은 누군가 들어준다는것이 학습되어 있어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오래된 그리스 역사속에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투표권과 발언권은 남자에게만 있었다는것과 비슷한 느낌?

 

 

 

사실 이런것만을 가지고서 내가 남자들에게 실망을 느꼈다는 것은 아니고 (사실 저딴 소리보단 이게 더 중요)

내가 직장에서 믿고 따르던 선임에게 느꼈던 배신감과 허탈감?

친한 오빠님의 나이도, 국경도, 개념도 없는 사랑?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최근사이 너무 많은 일을 알게 되었다.

 

 

내 선임은 일을 잘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있다. 다른 사람들이 저새낀 개썅 마이웨이라고

넌 저러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의 길이 강철 멘탈로 방음벽을 세워둔 고속도로라고 생각했었다.

어느날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전화가 울렸다.

업무전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전화쯤은 받아줄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메모를 남겨줄 요량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잠시 자릴 비워 후임인 제가 받았습니다. 용건 있으세요?"

"아 그래요? 그럼 그에게 전화왔었다고 전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상당히 날카롭고 신경질적이었다. 내 입에서도 고운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누구신지 말씀해주셔야 알려드리죠. 어디서 전화주신거죠?

 

희안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회사와 직함이 아니라, 단순히 이름만을 남겼다.

이상했다. 업무전화가 아닌것 같았다.

개인용건의 전화라면 내가 전달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다시 연락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따로 말해주지 않았다.

괜히 내가 개입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개인사는 본인들이 알아서 처리 해야지.

하지만 몇일 뒤, 다른번호로 또 전화가 왔고 선임이 다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전화를 받았다.

내 여보세요라는 한마디 후 전화기속에서 그녀가 멈칫하는게 느껴졌다.

이 씨발년은 뭔데 또 받았나 싶었겠다. 어쩌겠니 내가 후임인데.

나는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았지만, 배려의 차원에서 모른척 하며 누구냐고 다시 되물었다.

그때와 같은 이름이었다. 역시.

일부러 조금 더 부드럽게 말했다.

 

"용건 남겨 드릴까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나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양육비 문제라고 하면 알거에요."

 

시발. 결국 그런거였네. 나는 갑자기 특종감을 잡은 기자처럼 웃었다.

왜냐면 내 선임은 이미 결혼해서 애가 셋이나 있었으니까.

얼마전에 놀러간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었으니까.

그렇게 씹선비인척, 가정에 충실한척하더니 결국 너도 고추달린 또치였냐.

갑자기 그의 핸드폰에 비치던 이름옆 하트가 이게 과연 와이프였을까 싶기도 하고.

내연녀든 이혼녀든 지금의 너에게는 독인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고.

이년은 머리가 얼마나 텅텅 비었길래 아무한테나 저런 용건을 말한건지.

내가 그의 와이프였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아무튼 그 뒤로 나는 그의 업무지시를 잘 따르지 않게 되었다.

 

 

근데 어쩌다 이 사건이 누군가한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존나 어이가 없었다.

바람피운게, 여자가 많은게, 자식을 이렇게 낳는게 선망의 대상인거니? 너희 남자들의 세계에서?

남자는 태생적으로 번식하는것이 자연의 섭리처럼 당연하다는게 변명이 되겠냐고.

7살 차이가 나는 키 작은 오빠를 소개받기 싫은 나는 눈이 존나 높은거고,

10살 넘게 차이나는 키크고 늘씬한 여자를 소개받고싶은 너는 눈이 안높다고?

정신차려라. 이새끼야.

내가 7살 차이나는 키크고 잘생긴 연하를 소개받는게 더 빠를수도 있어.

 

 

 

 

여자님들아.

제발 눈을 떠요. 앞트임, 뒤트임 한만큼 넓은 시야를 가져요.

혼자산다고 죽는거 아니고, 외로운거 아니에요.

요즘 좋은 성인용품 진짜 많아요. 혼자하는게 더 좋을때도 많아요.

광고에서 엄마는 요리사고, 선생님이고, 디자이너라 그 모든일을 다 해내야 한다고 했다고

여자는 언제나 이쁘고, 날씬하고, 피부도 좋아야하고, 옷도 잘입어야하고, 잘 웃고, 성격도 좋아야하고

요리하는것, 애보는것도 좋아해야하고 그런거 아니에요.

내가 그런걸 좋아하지 않으면 그런걸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세요.

최소한 좋아하진 않더라도, 당신을 위해 기꺼이 해줄 남자를 만나요.

눈이 높다는건 칭찬입니다. 사랑만 쫓지말고 조건도 따져보고, 여우같이 밀당도 해요.

혹시 그러다 혼자가 되서 외롭다면 저에게 연락을......

아마도 저 역시도 혼자일지 모릅니다.

 

뭐 요즘 여자들은 이렇게 말안해도 잘만 지내더라.

역시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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