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일상을 참지 못하는 내게 

사건사고가 많은 연말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기간이다.

진짜 별의별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데,

나는 이 연말이 정말 마법이 일어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연말은,

모든 일들의 끝이고 새해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하는 순간이라 볼 수 있다.

 

 

 

 

 


 

 

 

 

 

 

 

 

내가 20대 초반일때부터 나에게는 연말의 마법이라는게 있다고 생각했다.

10월쯤되면 나는 항상 현 애인과의 과도기가 극에 달해있는 상태로, 까딱하면 헤어지기 일수였다.

물론 애인과의 관계라는게 쌓아둔게 어느 시기에 폭발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왠지 나는 항상 10월쯤, 9월쯤 헤어졌던것같다.

저주가 아니고 마법이라 표현한 이유는 나에게 그시기의 이별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서 오는 메리트가 있는 이별이었기 때문이다.

내 연애 사이클이라면 보통 연초에 흥미를 느낌으로 시작해서 불타는 영원한 여름을 지나,

권태기의 가을을 거쳐서 이별 or 그래도 니가 좋아를 느끼고 난뒤의 다음해가 같은 사이클로 이어진다.

내가 가장 마지막에 만났던 남자와 헤어진것도 10월쯤?

 

 

그 뒤로 2개월쯤 지난 최근들어 주변사람이 하나 둘 헤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구는 1년 넘은 남자친구와 영문모를 이별을 했으며,

누군가는 아예 이혼을 한 경우도 있었고,

카톡에도 여름쯤까지 뜨거운 사랑을 하고있다던 지인들이 갑자기 프사를 지우며

누가봐도 알만한 프로필 상태메세지를 써놓기도 했다.

 

 

이때 나에게 이점이 하나 있었다면

다들 헤어짐과 동시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주변사람들을 만나려 하기때문에

연말에 약속이 많이 생겨서 즐거웠다는거랄까.

개중엔 나의 외로움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냥 단순히 '외로워서' 사람이 고픈 경우가 많은것 같다.

 

 

연말에 즐거운 것중에 하나는 역시 술자리일까.

술자리를 유독 좋아하는 나에게 사실 연말의 회식또한 즐거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회식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회식자리가 나쁘지않다.

아 물론 나한테 치근덕대는 윗대리가 없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술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의 은근한 스킨쉽도 좋고.

하지만 얼마전의 술자리에서는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너무 신나가지고 이미지관리를 좀 못했다는것과 너무 한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는바람에

누가봐도 오해할 소지가 있을만한 행동과 말들을 많이 했던것같다.

좀 조심해야겠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너무 들떠서 손도잡고 말이야.

사실 그사람보단 외근나왔던 업체사람이 훨씬 내 취향이었는데

왼손약지에 '난 임자있는 남자' 라고 채워져있어서 좀 아쉬웠다.

 

 

신기하게도 연말은 많은것들을 용서하고 뒤돌아보게되는 힘이 있다.

화가나서 참을 수 없었던 순간들이 하나 둘 정리 되어가고, 새로운 나를 맞이할 준비를 또 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들어 전남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긴 하는데

이별은 잘한거라 생각하면서도 또 그사람이 나에게 남기고간 흔적과 생각들이

나를 또 채워주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나쁜기억은 나쁜기억대로,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대로 가지고 있기로 했다.

너를 용서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밉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리고 서로에게 더 잘 맞고 좋은 사람이 생겨서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기를 바라자.

 

 

나는 최근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뭐 불순한 의도(?)도 있긴 하지만 사람이 그리워서라는게 가장 큰 이유다.

다시 또 사람과 살을 맞대고, 어울리고 놀때의 내가 가장 나다운것 같아서.

 

 

그리고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했다.

머리를 열심히 기르고 있었는데, 최근 친구들을 만났더니 머리가 너무 상했다며

너는 단발일때가 더 낫다고 한입모아 말하길래 갑자기 뽐뿌가 와서

열심히 머리 스타일을 캡쳐해놓았다.

 

 

피어싱을 하나 더 뚫을까 생각중.

연골은 한번 뚫었다가 관리가 잘 안되서 그냥 막아버렸고,

귓볼자리가 좀 남아있어서 하나 더 뚫을까 생각중이다.

개인적으론 친한 언니랑 같이 뚫으러 가서 깊은 우정의 의미로다가 하나씩 나눠끼고싶은데

쑥쓰러워서 말을 못꺼내겠다. 언니가 하기싫다하면 어떡함?

 

 

첫타투는 유럽여행때 현지에서 새기고 싶었는데,

적절한 의미있는걸 찾지 못하다가, 근래에 갑자기 새기고 싶은 문장이 생겼다.

그가 가르쳐주고 간 좋은 단어가 있는데, 사실 그단어 그대로 쓰고싶지는 않아서

찾아보다 더 와닿는 게 있어서 새기고 싶어졌다.

어디에 새길지는 고민중.

사이즈도 고민중.

 

 

연애 하고싶다.

요즘 구혜선과 안재현의 신혼일기라는 예능을 봤는데 아주 달달해 죽음.

30대 둘이서 너무 예쁘고 애기같이 연애하듯 하는 결혼생활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나도 이상형이 있다면,

 

편지 잘 써주는 남자.

손가락이 길고 흰 남자.

자주 안아주는 남자.

내 생얼도 이뻐보인다는 남자.

회사원인 직장인 남자.

내앞에서만큼은 게으르지 않은 남자.

내가 싫은걸 강요하지 않는 남자.

내가 애기가 되게 해주는 남자.

나에게 먼저 고백하는 남자.

키가 큰 남자.

조금 마른 남자.

나보다 술을 잘 마시는 남자.

내가 해준걸 잘 먹는 남자.

나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 남자.

머리숱이 많은 남자.

잘 웃어주는 남자.

 

욕심쟁이였네 내가.

 

 

아씨 내일 스키장 가야되는데 잠이 안와서 죽겠네.

 

 

아무튼,

잘가 2017

반가워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