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지인과 종종 연락중이다.

나는 그와 헤어졌기때문에 그의 지인들과는 연락을 못할 줄 알았는데

그분도 나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싶으셨었는지, 연락이 종종 닿더라.

그의 지인이 곧 나의 지인이었기때문에 나는 그와 헤어지면서 지인을 잃는다는 생각을

가슴쓰리게 했었지만 다행히 그래도 나를 '그의 여자친구'가 아닌

'나의 지인'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오늘은 음주 포스팅 주의. 혼술중.

지금 계속 알코올에 의한 센치한 기분으로 쓰는 포스팅이라

우울할지 웃길지 어쩔지 모르겠다.

늘 그렇지만 난 그냥 나의 사는 이야기, 감정을 풀고 싶을뿐이다.

 

 

 

 


 

 

 

 

 

 

 

 

 

지인 J님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날의 일을 누군가를 통해 듣긴 들으셨겠지만 글쎄.

솔직히 말하면 그날 지인 J가 있었다면 나는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나에게는 워낙 설득이 먹히는 사람이므로.

개인적으로 그게 조금 아쉽기는 한것같다.

 

 

J는 내가 계속 모임에 나오길 바라는것 같다.

나만 보려고 하는게 아니라 모두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자꾸 초대하려고 하는것 같고

나는 그런 시도가 싫지는 않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내가 다시 그 모임에 합류한다는게 얼마나 나를 더 비참하게하고, 멍청하게하고

바보같게 만드는지를 알고 있기때문에.

 

 

이미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이별을 한것을 안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엄청 달라지진 않았지만, 유독 남자사람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늘었다.

나는 이게 참 싫었다.

마치 내가 혼자이길 기다린것마냥 하이에나들같이 달려드는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사슴인척 지낸다.

혼자있는게 너무 외로우니까 안내켜도 마지못해 약속에 응한다.

 

 

혼술 자주 하시는지들 궁금하다.

나는 혼술을 꽤 자주 하는 편이다.

집에서 혼자 맛있는 안주와 술한잔으로 사회의 일원이 된 나를 위로하고

그 속에서 적응해 가는 나를 대견해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며 느끼는 스트레스들은 그렇게 술한잔에 털어버리는 그 시간이 매우 좋다.

일본 직장인의 감성과 비슷하달까.

다만 한국은 일본과 달리 혼술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스터(주방장)가 별로 없기때문에

그냥 집에서 한잔하는것으로 하루를 만족하는 편이다.

우리 동네에도 다찌에 앉아 원하는 안주 시켜서 위로받는 심야식당같은게 있으면 좋을텐데.

 

 

지인 J와 계속 연락을 하다보니 전 남자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는건 둘째 치더라도

그때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서 마음이 씁쓸해지는것이 어쩔 수 없다.

나도 사람이니까 겉으로 쿨한 척 해도, 나 자신을 속이며 마음마저 쿨해질수는 없잖아.

이별을 잘 했다고 생각해도 막상 생각이 나긴 하니까

허전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이게 남자사람이나 친구, 가족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특유의 공허함이 있는데,

전에는 영화를 보고싶으면 그냥 무작정 애인에게 보러가자고 하면 되었던것이

다른사람의 일정을 신경써야하고, 안되면 또다른 사람을 찾아야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서 또 자꾸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들이 조금더 나를 외롭게 하는듯하다.

 

 

근데 나에게도 자존심이라는 존나 필요없는 감정이 존재해서 그런지

아무나 붙잡고 영화보자고는 못하겠다.

혼자 영화보는것도 즐기지만, 마음에서부터 아, 이 영화는 혼자봐야지 하는것과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혼자보는 영화는 좀 다르니까.

영화는 볼때도 중요하지만 보고나서 같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나누는것도 좋은데, 지금의 나는 그게 안되는거다.

 

 

그렇다면 중요한것.

나는 외로우니까 외롭다고 솔직하게 말해야한다.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할 상대가 없는것이든, 술을 같이 할 사람이 없는것이든,

어쨌든 나는 지금 존나게 외로운데, 그놈의 자존심이 나의 외로움을 표현하지 못하게 막는것같다.

언제나 쿨한척, 잘 헤어진척, 헤어지고 아무렇지 않은척.

그런것들로 나를 포장하기 바빠서 정작 마음이 아프다고 아우성치는것을

외면하고 있는건 아닐까.

 

 

어릴때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했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이가 조금 들다보니 눈물이 마른것을 느낀다.

술을 많이 마셔도 울지 않는 나와, 소주 한병의 혼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

그리고 지금 당장 감정을 공유하는 섹스가 필요한 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라기보다, 지금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

어쩌면 애인보다 나를 더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위로가 필요한게 아닐까.

 

 

그냥 아무나 데리고 여행가고 싶다.

그렇게 지금의 현실을 조금 떠나보내고 싶은것 같다.

위로.

그 한마디가 필요한것 같다.

맞아. 나는 지금 확실히 우울한것같다.

외로운것 같다.

 

 

 

 

 

크리스마스 D-대충 한달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