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 음주포스팅 주의)

(오탈자라던지 말도 안되는 말들도 많음 주의)

(마지막으로 의식의 흐름 주의)

 

 

 

지난 포스팅에도 얘기했던것같다.

나는 술 마시는걸 좋아한다. 혼술도 굉장히 자주 하는 편.

보통 혼술을 한다고 하면 본인이 평소 밖에서 먹던 양의 반정도 밖에 못먹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데,

난 집에서 마셔도 보통 1병~2병정도. 평소 내가 마시던 주량과 비슷하게 먹는다.

 

 

집에서 먹는 혼술은 밖에서 먹을때와 큰 차이가 있어서

아무래도 심적으로 좀더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이 생기는것 같기는 하다.

혼술을 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된 나를 돌아본다고 겁나 멋있는척 써넣던 그때와 달리 사실 집에서 혼술을 할때는 이제서야,

드디어 거울 앞에 서서 꾸밈없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비로소 나의 진정한 마음과 마주하게 되는 이 불편한 시간을 맞이한다.

 

 

 

 


 

 

 

 

 

 

요즘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황금빛 내인생'이라고

지금 시청률 40%를 넘긴 국민 드라마가 있다.

이게 막 10시쯤 하는 존나 인기있는 드라마가 아니었는데, LTE급 전개와 어느정도 현실 패치된 여주의 자살시도 이후

급격히 더 좋아진 드라마였다.

 

 

아 자살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솔직히 자살시도 진지하게 해본사람 몇이나 있을까?

나만 해도 솔직히 팔목에 커터칼로 긋는것도 무서워서 몇번 살짝 그어보고 말았던거 정도? 

술마시고 예전 남자친구가 그럼 같이 죽을까? 하면서 진짜 거짓말안하고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에 같이 뛰어들었던 경우는 있었는데

다행히 차가 우릴 보고 멈췄기때문에 아직 살아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때는 정말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경우를 제외하고 진짜 본인의지로 목매달고 차에 뛰어들고 인생 하직하려고 노력한 사람 몇이나 있겠냐 싶다.

 

 

사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때

솔직한 나를 보여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내 가정사부터 시작해서 뭐 애인얘기도 그렇지만, 실제로 해야하는 이야기는 안하고, 겉치레로

'해도 되는 이야기'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마다 친한 정도가 다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하지 못하는 말이 있겠지만

의식적으로 좀더 걸러서 말하는게 있지는 않나 싶다.

예를 들어 자위 이야기도 그렇고, 나의 경우엔 전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내 전남친은 이미 내 지인들에게는 '진짜 천하의 쓰레기 같은 놈', '좆같은 새끼', '씨발놈' 정도로 인식되있다.

지인들에게 내가 저런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리라.

근데 아직도 헷갈리는게 있다.

주변사람들에게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때,

나는 저렇게 세상 나쁜새끼로 말했음에도 아직도 나는 가끔 그와의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곤 한다.

그와 나의 가장 큰 생각 차이가 뭐였냐면,

 

 

"나는 좋은 부분은 좋은거고, 나쁜부분은 나쁜거야."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분명 상대방에 대해서 실망하는 부분은 있겠지만, 좋은 부분이 훨씬 크면 나쁜 부분은 덮어져."

 

 

이 문제로 나는 그와 참 많은 의견 차이가 있던것 같다.

나는 좋은습관은 좋은거고 나쁜 습관은 말을 해서 고치자는 식이었고,

그는 좋은 습관이 많으면 나쁜습관이 조금 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자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나쁘다고 생각하는걸 좋은 감정으로 덮어서 외면해버리는게 아니었을까.

예를 들어 나한테 안좋은 모습을 보아도 좋은 모습이 많으면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않았고,

나는 좋은건 너무 좋다고 칭찬을 했지만 싫은 부분은 명확하게 말을 했었다.

 

 

이게 헤어진 다음에도 내 성격과 이어지다보니

나는 그저 그냥 그사람과 좋았던 추억을 떠올릴땐 한없이 좋고,

헤어지기 직전에 가장 실망했던 기억 속 그의 모습은 개새끼가 따로 없는것이다.

근데 이제와서 느끼는것 중 하나는,

그렇게 마지막이 개새끼여서 헤어져놓고 좋은기억을 떠올리면서 '아, 이때 좋았지.' 라고 생각하는 내가

그의 말처럼 나쁜기억도 좋은기억으로 점점 덮어가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합리화일지도 모르겠는데 요즘은 그와의 마지막을 떠올릴때, 누구나 한번쯤 하는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그와의 마지막은 사실 누가봐도 그의 잘못이 컸다.

근데 평소 그가 나에게 보여준 모습으로 비추어 봤을때, 그는 그날 실수를 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거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최근 정리한 내 생각은 역시나 '좋은 기억은 좋은것으로, 나쁜 기억은 나쁜것으로 놔두자.' 였지만

오늘 드라마를 보면서 왠지 그를 떠올린 내가, 잠시나마 그의 모토대로 좋은게 더 커서 그를 떠올렸던 것은 아닐까 싶었던거다.

 

 

혹시 배우 구혜선과 모델 안재현의 '신혼일기'라는 예능(이지만 염장)프로그램을 봤다면 조금더 이해가 될지도 모르는데,

구혜선의 경우는 안재현의 좋은모습은 좋은거고, 나쁜모습은 나쁜거라 생각하는듯 하고

안재현의 경우는 구혜선의 좋은 모습이 커서 안맞거나 나쁜모습도 서로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쉽게 말해 내눈에는 솔직히 안재현쪽이 구혜선을 더 좋아해서 지고 들어가는것처럼 보이는데,

구혜선도 안재현을 사랑하기때문에 지고 들어온만큼 본인 선에서는 최대한 그만큼의 사랑을 되돌려 주고자 하는 듯하다.

그러니까 서로의 사랑에 대해서 서로에게 그만큼 보답하고 싶어하는 모습이지.

안재현은 대체로 구혜선이 하자는대로 따라가는경우가 많고 구혜선은 안재현에게 거부하는경우도 가끔있는데,

등산하는걸 좋아하는 안재현때문에 평발인 구혜선이 아무말 않고 같이 산행을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를 느꼈달까??

물론 그외에 여기 쓰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너와 내가 헤어진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기때문이었겠지.

 

 

이쯤 생각이 들었을때쯤, 나는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가 슬픈것인지, 인정하는것이 분한것인지 그런건 이유쯤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고.

나는 그를 생각하며 울었던 이 순간을 곧 내가 평소 쿨한척 해왔던 지인에게 커밍아웃할거다.

그래도 나는 거짓말과 자존심 투성이인 인간관계속에서 몇안되는 솔직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지인도 역시 나에게 먼저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던 사람이기 때문에.

 

 

결론이라면, 맞다.

나는 다 잊은줄 알았던 전남친과의 좋은 추억을 회상하며 울었고, 외로웠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에게서 연락이 한번쯤 오길 기다렸다.

다른사람들은 신경쓰지 않고 한번쯤 만나서 진솔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나의 소식을 궁금해 할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먼저 연락하지 않을 사람인걸 알기때문에

그가 자존심 다 터놓고 일부러 먼저 연락하기를 기다리는 나 역시도 자존심 덩어리.

사실 그냥 좀 그리운것 같아.

 

 

내가 자존심을 조금 덜어낸 이 한마디가 닿는다면,

적어도 갑작스럽게 헤어진 우리 사이에 대해서 웃는 얼굴로 술한잔 기울이며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래.

 

 

 

 

"뭐해?"

.

.

.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