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에 회사가 이사를 하는바람에 맨날 회사에서 띵까띵까 놀면서

글이나 썼던 나는 갑자기 일폭탄을 맞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사하면서 자리가 모두가 날 볼 수 있는, 정확히는 내 모니터를 볼 수있는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아주 정직하게 입사 3일차처럼 일하는 중이다.

그래도 난 퇴근할때 눈치는 거의 안보니까 그걸로 만족.

 

 

얼마전 근무중 몰래 핸드폰을 하다가 네이버 급상승에 슈주멤버중 한명이 실검 1위로 올라왔다.

무슨 일일지 예상(?)이 되었는데, 사람본성 못고치는건가.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에 한표이므로

그의 그런 행동이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나에게 '데이트 폭력'을 실감하게 한 남자 L이 생각났다.

 

 

 

 


 

 

 

 

 

 

 

 

말만 많이 들어봤다. 데이트 폭력?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어떻게 그가 폭력적인지 아닌지 모를수가 있어?

그정도도 모르고 만나는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상대방이 멍청한것 아니야?

대부분 이런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알게모르게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어있다.

실제로 나도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된적이 있었고, 당한적도 있다.

 

 

보통 뉴스에 나오는건 좀 극단적인 사례들이고

내가 가해자가 되던 경우는 웃으면서 때리기, 협박하기(?).

나는 손이 좀 매운편이고 체구가 좀 있어서 힘도 좋은편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장난치면서 툭툭 건드리거나 때리는게 상대방이 보통 아파하는게 아니었다.

나중엔 정색하면서 너무 아프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알고 의식적으로 안때리려고 노력한다.

또 섹스중 그의것을 쥐고 협박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도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무서운짓이었을까. 나의 소중이가 협박당한다니,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아무튼 이것도 사실은 어떻게보면 데이트 폭력의 일부.

 

 

남자 L은 나한테 말은 안했지만 내생각에 그는 야동매니아가 아니었을까.

모텔을 가면 개중에 전신거울이라던지 벽전체가 거울로 되어있는 방들이 종종 있는데

꼭 나를 그앞에 세우고 거울을 보면서 하는걸 좋아했다.

내 뱃살과 가슴이 출렁이는걸 보면서 나는 현타가 오고있는데 시발 지만 좋다고

존나 뒤에서 열심히 수치플 하는것처럼 하려고 애를 썼다.

해본사람은 알겠지만 남녀가 둘이 무릎을 꿇은채로 백허그하는듯이 상체를 일으켜서 하는 체위는

남자분의 그것이 길지 않으면 잘 빠져버린다. (긴걸 선호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자꾸 그 체위를 하려고 하길래 일부러 내가 다른 체위로 바꾼적도 여러번.

기분도 정말 나쁘고 맞춰주면 좋다고 흔드는게 무슨 개새끼 짐승같아보이고 아무튼 그랬다.

나를 전혀 배려하지않은 행위랄까.

섹스하면서 느끼는 그 미묘한 숨소리의 차이라던지 끝없이 예민해진 피부의 감각이나

말로 하지않아도 훤히 보이는것같은 감정공유 같은것들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어리광쟁이었다. 정신적으로도 의지가 안되는 사람이었다는 얘기.

섹스하는 스타일을 보면 그사람의 본래 모습도 알 수 있다고 믿는 나에게 그가 섹스에서 보여준 태도와

평상시의 태도는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사랑을 줘도줘도 모자르다고 느끼고, 사랑 받고싶어하는 모습이

젖달라고 칭얼대는 어린애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있는 사랑도 얼마없는데, 너에게 줄 사랑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서 헤어졌던거란다.

 

 

늘 그렇듯이 헤어질때 생기는 싸움은 일종이 시발탄같은것. 그러니까 계기가 되는건데,

나는 이날 처음으로 남자의 물리적인 힘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아마 술이 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의도치 않게 내가 그의 치부를 살살 긁었던거같고 결국 화가 난 그는

술을 마시다 말고 울면서 화를 냈다. 대화가 안통하다시피 했고, 그가 왜 울었는지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뭐 내잘못으로 기억하고 있기는한데 아무튼 나도 같이 덩달아 화가나서 술집을 박차고 나왔다.

근데 L이 따라나오면서 나를 골목 구석으로 밀쳐내더니 골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떡하니 막고는

나가려는 나를 계속 몸으로 막고 밀어냈다.

골목에 주저앉은 순간 공포가 일어났다.

 

 

'이새끼 빡돌아서 날 죽이면 어떡하지?'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눈뒤집히기 일보직전인것만 같았고

강압적인 태도와 날 내려다보는 모습이 진짜 핀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태연한척하려 애썼다.

 

 

"비켜. 우리 끝났어."

 

 

그는 여전히 비켜주지 않았다.

그래서 똑바로 노려보았다.

나는 가방을 약간 골목 바깥으로 내던지면서 말했다.

 

 

"지금 안비키면 소리지를꺼야."

 

 

그는 그제서야 비켜주었다.

나는 집에 돌아오는길에 그의 태도가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풀렸었는지

계단에 미끄러져서 상처가났고,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또르륵 흘리다가 벌떡 일어나서 집으로 갔다.

이새끼가 뒤쫒아오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집에 돌아온 후에야 나는 펑펑 울 수 있었다.

그와는 나중에 다시 만나서 서로 사과를 하고, 겉으로만 이상적인 이별을 했다.

사실 폭력이라고 해야하나 싶기도 한데, 당시 내가 느꼈던 충격은 꽤 컸다.

성인 남자의 힘을 당해내기가 확실히 쉬운일은 아닌것이다.

위기를 느낀다면 재빨리 벗어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느껴본 사람만 안다. 그 순간의 그 눈빛.

확 돌아버릴것같은 그 얼굴.

 

 

아직도 사랑이라고 믿고 학대를 장난이라고 여겨서 넘어가지 않도록.

 

 

 

 

 

+)p.s

 

데이트 폭력이라고 구글에 검색하니

죄다 남자가 여자 때리는것만 나오네요.

여자들도 남자 많이 때리는데.

때리는 남자보다는 맞아주는 남자가 더 많을 거 같은데.